나카지마 칸지 감독의 이 영화는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등으로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이 이그젝티브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밋치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 뮤지션 오이카와 미츠히로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다.

내가 영화를 알게 된 것은 2008 도쿄 국제 영화제의 마지막 상영 이틀 전이었는데,예약표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고, 당일표만 남아 있었다.
밤12시, 치열한 인터넷 예매 경쟁에서 살아 남아 앞에서 4번째열의 표 두 장을 얻는데 성공!
이번 도쿄 국제 영화제는 상영관이 몇군데로 분산되어 있었는데,
이 영화는 다행히 회사에서 가까운 롯뽄기 힐즈의 토호 시네마에서 상영.


회사가 끝나고 롯뽄기 힐즈에 도착.
한국의 국제 영화제들과는 열기가 사뭇 다를 거라고 이미 예상은 했지만, 극장 주변에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조금 당황했다.
뭐 평일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상영전 무대인사.
감독이 먼저 등장하고, 그 뒤를 밋치가 따라오면서 관객석 옆 벽에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잠깐 쳐다본 뒤 무대로 걸어가는데,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았음. 뭔가 물이 흐르는 듯한 살랑살랑한 워킹!과 광채나는 피부에 감동하며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무대인사 내용은 감독이 왜 밋치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는지- 밋치가 아닌 배우 오이카와 미츠히로의 잠재된 다른 모습을 끌어내보고 싶었다는 것과 다른 중견 연기자들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고유 이미지가 있어 싫었다는 것- 와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 등이었고, 영화를 보기 전이라서 스포일러성이 강한 내용은 거의 얘기하지 않았음.

영화는 순직한 우주비행사 다카하라 코헤이를 클론으로 재생시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가족애, 생과 사에 대한 가치관, 개인의 모순 등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었고, 전체적으로 꽤 잔잔하고 담백한 스토리였다.
영화 중간 중간에 소리없는 공백을 넣어 장면들 사이사이에 관객 스스로가 여러가지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연출한 것이 인상깊었고, 트레일러만 볼 때도 느꼈었지만 각 씬의 영상이 너무 예뻤다는 거.
빔 벤더스 감독, 밋치를 배제하고도 스토리,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여기에 밋치의 감정표현은 정말 최고였고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더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상영 후 약 20분의 토크 시간.
밋치는 등장하지 않고, 나카지마 감독만 등장했는데, 스토리를 구상할 때 맨 처음 떠올렸던 신과 각 신의 연출 의도 등에 대해 관객과 질의응답.
감독이 유머도 있고, 말을 참 잘해서 토크 시간이 금방 가더라.

끝나고 상영관 밖에 있던 감독에게 해외 공개 일정을 물어봤더니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더라. 일본 국내 상영도 빨라야 내년 봄일거라고 했음.
같이 간 친구가 영화 보는 내내 울었다는 얘기에, 좀 더 울어달라는 센스 있는 답변을 하기도...

아무튼 오래간만에 본 신선하고 좋은 영화였고, 얼른 개봉해서 한 번 더 봤으면 좋겠다.